시민들의 분노와 희망을 참여와 소통으로 조직하는 방법
‘리드 제너레이션’으로 만드는 단체와 시민들의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지지 관계
_ 인터뷰 : 참여연대 이계정 시민소통국장
#장면1. 활동으로 모아지는 검찰개혁에 대한 시민의 관심
검찰개혁에 관심이 많은 시민 김 씨는 오늘도 페이스북에서 지지자들의 글을 읽으며 쟁점과 입법 동향을 따라간다. 스크롤을 내리던 김씨. 참여연대가 올린 <검찰보고서> 게시글을 발견한다. 수백 쪽에 달하는 전문 분석 자료라는 설명에 호기심이 생긴 그는 곧장 클릭해 이름과 이메일을 입력하고 보고서를 받아본다. 그 순간 김씨는 검찰개혁에 관심 있는 시민으로 참여연대와 연결된다.
#장면2. 서명을 통해 결집되는 나의 지지
같은 시간, 또 다른 시민 이 씨도 다른 자리에서 검찰개혁 지지를 표한다. 동물권 캠페인 서명을 위해 찾은 플랫폼 ‘빠띠’에서 ‘공수처 설치 촉구’, ‘수사-기소 분리 법안 통과 촉구’ 등 구체적 입법을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을 발견하고 곧장 참여하며 이름과 연락처를 남긴 것이다. 이 관심 역시 김씨와 마찬가지로 참여연대와 연결된다.
#장면3. 시민들의 온라인 직접 행동, 운동의 자산이자 관계의 시작 그리고 시민의 조직된 힘이 되다
서로 다른 곳에서 벌어진 김씨의 보고서 신청과 이씨의 온라인 서명 참여는 참여연대 정보관리시스템(CRM)에 등록된다. 덕분에 일회성으로 흩어질 뻔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관계로 이어지고, 소통이 가능한 핵심 참여자로 전환된다. 참여연대는 이렇게 접점을 만든 시민들에게 최소 6개월~1년 동안 활동 후속 소식을 꾸준히 전하며 신뢰를 쌓는다. 관계가 무르익으면 전화캠페인 활동가가 직접 전화를 걸어 “우리의 감시 활동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이 되어주세요”라고 요청한다. 요청받은 김씨와 이씨는 정기 후원회원이 된다. 이렇게 가입한 신규 회원은 단순한 수적 증가를 넘어, 자원활동 등 더 깊게 참여할 가능성을 내포하며 단체의 든든한 옹호자로 성장한다. 개인의 작은 참여가 모여 지속가능한 운동의 동력으로 조직되는 순간이다.

[사진1] 검찰보고서. ⓒ 참여연대
위 사례는 참여연대가 시민들의 온라인 참여를 검찰개혁 운동의 장기적 동력을 만들어낸 과정을 보여준다. 실제로 참여연대는 이 방식을 통해 2019년부터 2024년까지 5000여 명의 신규 회원을 모았다. 그 성과의 핵심에는 ‘리드 제너레이션(Lead Generation)’이 있었다.
김씨와 이씨처럼 아직 정기 후원회원은 아니지만 단체 활동에 관심을 보이며 연락처를 남긴 시민을 ‘리드’라고 한다. 우리 말로는 ‘잠재지지자’라고 부른다. 리드 제너레이션은 활동에 참여할 시민을 발굴하고, 활동으로 관계를 형성하고 소통하며, 최종적으로 후원회원으로 전환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이런 이유에서 ‘잠재지지자 발굴・관계・소통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사례에서 보듯 ‘리드’는 단체가 직접 1:1로 소통하며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구체적 대상이라는 점에서 익명의 관심자나 군중과 구별되는 개념이다. 리드들이 단체의 활동에 관심을 표현하고 단체와 연결되는 방식은 보통 아래와 같다.
- 온라인 서명: '공수처 설치 촉구'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과 같은 캠페인에 서명하며 연락처를 남긴 경우
- 자료 다운로드: 참여연대의 《검찰보고서》처럼 단체의 전문성이 담긴 자료를 받기 위해 이메일 주소 등을 제공한 경우
- 행사 및 교육 참여: 단체가 주최하는 오프라인 행사나 '아카데미느티나무'와 같은 교육 프로그램에 신청하고 참여한 경우
- 뉴스레터 구독: 단체의 소식을 꾸준히 받아보기 위해 이메일 주소를 등록한 경우
- 일시 후원 및 크라우드 펀딩: 정기 후원은 아니지만, 특정 캠페인이나 프로젝트에 일시적으로 후원금을 기부한 경우
그럼 여기서 질문.
참여연대가 했던 것처럼 페이스북에 게시글를 띄우고, 온라인 캠페인을 전개하면 우리 단체도 상당한 수준의 후원회원을 모집할 수 있을까? 만약 그 단체가 참여연대보다 역사도 짧고 규모도 작은 단체일 지라도, 리드 제너레이션 방식을 활용할 수 있을까?
지난 2일, 이 같은 궁금증을 안고 참여연대 이계정 시민소통국장을 만났다. 이계정 국장은 참여연대가 리드 제너레이션을 도입한 배경부터 구체적인 운영 과정, 그리고 그 성과는 물론 소규모 단체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지대해 아주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문제의식과 새로운 발견: “우리가 놓친 시민들을 다시 모아보자”
사실 영리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리드'는 너무 익숙한 개념이다.
아니, 심지어는 비영리에서도 마찬가지다. 국제구호단체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거리 캠페인(F2F)이나 미디어 광고(DRTV) 등과 함께 잠재후원자를 발굴하는 리드 제너레이션 방식을 핵심 모금 방식으로 활용해왔다.
그에 반해 국내의 대표적인 권력감시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이 방식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인 2019년이다.
"참여연대가 같은 비영리 생태계에 있는 국제구호단체들보다 리드 개념 도입이 늦었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느냐"고 묻자, 이계정 국장은 "활동가 중심의 의제 발굴과 직접 행동을 강조해 온 애드보커시(advocacy) 단체의 문화를 가진 참여연대와 그 구성원들에게, '리드'나 '마케팅'과 같은 용어는 낯설거나 아직은 거부감이 드는 개념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난 것은 2020년부터였다. 연간 1,200명 수준을 유지하던 신규 회원 가입이 800명대로 곤두박질쳤던 것이다. 보수 정권 이후 시민 운동에 대한 주요 언론의 관심과 지면이 줄어들면서 참여연대 활동이 기사화되는 기회 자체가 크게 감소하고,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며 오프라인 접점이 많이 감소했다.
기존의 회원확대 방식으로는 더 이상 단체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절박한 위기감 속에서, 이계정 국장은 '리드 제너레이션’을 구성원들에게 소개하며 새로운 회원가입 돌파구를 제안했다.
이계정 국장은 “리드 제너레이션 방식은 단순히 회원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활동에 관심있고 지지하는 시민을 넓히는 과정’으로 해석하며 구성원들의 설득에 나섰다”고 말했다. 리드를 ‘잠재후원자’ 대신 ‘잠재지지자’라는 표현으로 제안한 것도 이러한 맥락과 맞닿아있다. “모금은 목적이 아니라, 활동에 공감하는 지지자 그룹을 넓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힘을 키우는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거창한 개념이나 과제를 내세우기보다, 활동 과정에서 무심코 놓쳐버린 시민들이 있다는 점을 환기시키며 자연스럽게 ‘리드 제너레이션 ’ 활동을 받아들이게 했다. 예컨대 서명을 1만 명 받아 국회에 제출하고도, 이후 서명에 참여한 시민과 관계를 이어가지 못해 일회성 동원에 그쳤던 사례들이다. 이런 경험을 되새기며 내부의 공감대를 넓혀나가는 식이다.
이 국장은 “기존의 모금이나 회원가입은 필요한 시점마다 벌이는 ‘채집’과 같았다. 단기 성과는 있지만 새로운 지지자 그룹을 넓히지 못해 성장이 정체됐다”며, 기존 모금과 회원가입 방식의 한계를 짚어나가기 시작했다. 이와 달리, 리드 제너레이션 방식은 지속가능한 ‘농사’로의 전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관심을 보인 시민(씨앗)의 연락처를 확보하고, 꾸준히 소통하며 관계를 키워 실제 후원자(열매)로 만드는 장기적 접근이라는 점을 차분히 설명한 것이다.
이 과정을 거치며 내부에서는 리드 제너레이션을 단순한 모금 수단이 아니라, 지지 기반을 넓히고 시민들의 관심을 조직된 힘으로 전환하는 출발점으로 바라보게 됐다.
'농사' 실전 가이드: 리드를 '우리 편'으로 만드는 방법

[사진2] 리드 제너레이션 프로세스. ⓒ 참여연대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는 구체적인 과정을 설명해달라는 요청에 이계정 국장은 ▲방치된 리드 파악, ▲리드 명부 만들기, ▲새로운 연락처 발굴하기, ▲리드 육성, ▲후원요청, ▲ 후원자를 동료로 만들기 등 6단계 과정을 제시했다.
방치된 리드 파악하기(1단계)
: 우리 주변에 흩어져 있는 '씨앗'을 찾듯 단체 행사에 참여했던 방명록 속 이름, 활동가들이 주고받은 명함, 그리고 특히 중요한 일시후원자 명단을 다시 들여다보는 과정이다. 이 국장은 "인위적으로 유입된 이들이 아닌, 사업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은 이들이야말로 가장 충성도 높은 '양질의 리드'"라며, 이들을 먼저 정리하고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리드 명부 만들기(2단계):
이렇게 모인 씨앗들을 CRM(정보관리시스템)과 같은 도구를 활용해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리드 명부(밭)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리드 명부를 관리하는 방식은 단체마다 차이가 있는데 참여연대의 경우, 유입경로를 기준으로 ▲언론보도 ▲아카데미 강좌신청, ▲권유(추천) ▲인터넷 ▲책을 읽고 ▲자원봉사활동 및 공익활동가 학교 ▲서명 및 이벤트 ▲전화캠페인 ▲SNS ▲교육강연 ▲정기간행물 구독 ▲팟캐스트 ▲기타 등 13개로 구분해 기록한다.
새로운 연락처 발굴하기(3단계) :
서명 캠페인이나 전문 자료 제공 등 매력적인 콘텐츠('리드 마그넷')를 통해 의도적으로 새로운 연락처를 발굴하며 밭을 넓혀나가는 과정이다.
이때 유입 경로와 정세 분석을 연계시켜 어떤 채널에 자원을 집중해야 할지 전략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가령 참여연대의 경우, 이계정 국장은 과거에 비해 '언론 보도' 경로를 통한 회원 가입률이 급격히 낮아지는 것을 데이터를 통해 확인하고, 이 분석을 바탕으로, 참여연대는 언론 보도에만 의존하지 않고 '서명 및 이벤트', ‘SNS', '팟캐스트'와 같은 새로운 경로를 개척하고 강화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하기도 했다. 해당 이슈가 시민들의 관심이 극대화되는 시점을 노려 활동 홍보나 메시지 발송 시기를 조절하기도 했다.
랜딩페이지 역시 '새로운 연락처 발굴'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도구로 꼽힌다. 랜딩페이지란 페이스북 광고나 이메일 링크를 클릭했을 때 사용자가 처음 도착하는 페이지로, 서명이나 후원 등 특정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용 페이지를 말한다. 효과적인 랜딩페이지는 리드의 참여(전환율)를 극대화하는데, 이계정 국장은 “▲ 방문자가 5초 안에 이탈하지 않도록 문제의식을 자극하는 강력한 메인 카피를 활용하고, ▲ ‘지금 서명하기’처럼 명확한 행동 유도(CTA)를 배치하며, ▲ 마감 시한이나 수량 제한으로 긴급성을 부여해야 한다. 또한 ▲ 서명과 후원금의 사용처를 투명하게 밝혀 신뢰를 확보하고, ▲ 광고와 랜딩페이지의 디자인·메시지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밭이 확장되면 관계 맺기 단계로 넘어간다. 웰컴 메시지와 뉴스레터로 꾸준히 소통하며 신뢰를 키우고(4단계), 관계가 성숙하면 전화나 이메일·카톡·문자를 통해 정기 후원을 요청한다(5단계). 마지막으로 단순한 후원에 그치지 않고 자원봉사나 자문 등 더 깊은 활동에 참여하도록 이끌어 단체의 든든한 옹호자로 만드는 것(6단계)이 과정의 완성이다.
구체적인 성과 : 모금 실적을 넘어 조직의 변화를 가져오다
‘농사’를 짓 듯 리드를 꾸준히 발굴하고 관계를 맺어온 참여연대의 노력은 다양한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선 리드 그룹이 크게 성장했다. 참여연대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우리 편’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덕분에 참여연대는 전화 모금 캠페인에서 업계 평균(2~5%)을 웃도는 7%대의 전환율과 80%대의 통화 성공률(2024년 기준)을 기록했다.
이런 성과는 특정 이슈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다양한 캠페인에서 리드를 발굴하고, 이들을 꾸준한 지지자로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다양한 의제에서의 성과:
검찰개혁뿐 아니라 공공병원 확충 캠페인, 대통령실 이전 의혹 감사 청구 등 주요 사회 현안 서명 참여자들도 높은 비율로 후원회원이 됐다.
교육 및 참여 프로그램 활성화:
사회운동이 아닌 ‘아카데미느티나무’ 수강생이나 ‘청년참여연대’ 활동 참여자들처럼 교육·참여 과정에서 만난 그룹에서도 기대 이상의 후원 전환율을 기록했다.
어려운 주제의 돌파:
‘집회와 시위의 자유’처럼 회원 가입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여겼던 주제에서도 평균 10%가 넘는 전환율을 기록했다.
정기후원・일시후원 등 후원・모금 실적 반등을 넘어, 후원・모금 전략을 바라보는 조직의 인식에도 변화가 느껴졌다. 이계정 국장은 "가장 큰 변화는 활동가들이 시민들과 직접 연결되는 경험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에게 전화를 거는 일을 부담스러워하던 활동가들은, 통화를 통해 시민들의 응원을 직접 듣고 큰 성취감을 얻었다. 활동가들에게 ‘내가 하는 일이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구체적 증거가 되기도 했다.

[사진3] 2022년 11월 18일. 전화캠페인으로 신규 회원 가입 100명 달성을 기념하며. 맨 오른쪽이 이계정 참여연대 시민소통국장. ⓒ 참여연대
마무리: 소규모 단체도 따라할 수 있을까?
많은 소규모 단체 활동가들은 이러한 성공 사례를 보며 “참여연대니까 가능했던 것 아니냐”고 되묻는다. 인력도, 예산도, 인지도도 부족한 상황에서 ‘리드 제너레이션’ 방식은 우리 단체와는 너무 먼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계정 국장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는 “참여연대라서 가능했던 게 아니다. 우리도 2021년 처음에 전화로 회원가입을 안내하는 캠페인을 250명의 적은 대상에게 테스트를 시작했다”며, 이 방식의 핵심은 규모가 아니라 ‘시작하려는 의지’와 ‘관점의 전환’에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활동과 연결된 리드가 남긴 흔적은 반드시 있다. 적더라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과거 행사 방명록, 활동가들이 주고받은 명함, 단체의 SNS 구독자, 그리고 특히 중요한 일시후원자 명단 등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일시후원에 대서는 “매우 강력한 후원 행위”라며,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관계를 이어가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그렇게 대상을 발견했다면, 적게라도 시작해 단체 내부와 시민들에게 꾸준히 공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처음부터 완벽한 시스템을 갖출 필요는 없다. 가장 피해야 할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며, 어떤 형태로든 행동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작은 성공 사례가 생기면 이를 토대로 내부 공감대를 형성하고 리더를 설득해 조직 차원의 전략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는 “실무자가 혼자 고민하지 말고, 조직 내부와 꾸준히 소통하고, 필요하다면 ‘비영리홍보네트워크(비영리활동가모임)’ 같은 외부 커뮤니티를 통해 다른 단체와 경험을 공유하고 협력하라”고 당부했다.

[사진4]2020년 7월,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진행된 강한시민시화포럼에서 이계정 참여연대 시민소통국장. ⓒ 이계정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다림이다. 그는 “당장의 성과보다 시민들과 신뢰를 쌓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최소 6개월 이상을 제시했다. 실제로 참여연대는 업계의 관행(1~3개월 내 전환)을 깨고, 리드와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소통한다. 참여 직후 자동 발송되는 감사 메시지, 캠페인 진행 상황을 알리는 후속 소식, 정기적인 뉴스레터(이메일, 카톡, 문자)까지 체계적인 소통 시스템을 통해 관계를 단단히 다져갔다고. 이 국장은 “우리 의제가 어렵다 보니, 단체가 꾸준히 활동하는지 지켜보며 신뢰할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이는 조급함이 아닌 진정한 파트너를 찾기 위한 전략적 인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수단이 목적을 앞서서는 안 된다"면서 "모든 활동의 본질은 기술이나 마케팅이 아니라 시민과의 진정성 있는 관계 맺음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데이터는 그 진심을 증폭시키는 도구일 뿐"이라며 “리드 제너레이션은 시민을 막연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찾아가고 손 내밀며 소통하는 활동의 연장선장에서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끝>
인터뷰어 : 정재훈 기자
우리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찾아 그 여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시도와 흐름을 시민들에게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시민들의 분노와 희망을 참여와 소통으로 조직하는 방법
‘리드 제너레이션’으로 만드는 단체와 시민들의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지지 관계
_ 인터뷰 : 참여연대 이계정 시민소통국장
[사진1] 검찰보고서. ⓒ 참여연대
위 사례는 참여연대가 시민들의 온라인 참여를 검찰개혁 운동의 장기적 동력을 만들어낸 과정을 보여준다. 실제로 참여연대는 이 방식을 통해 2019년부터 2024년까지 5000여 명의 신규 회원을 모았다. 그 성과의 핵심에는 ‘리드 제너레이션(Lead Generation)’이 있었다.
김씨와 이씨처럼 아직 정기 후원회원은 아니지만 단체 활동에 관심을 보이며 연락처를 남긴 시민을 ‘리드’라고 한다. 우리 말로는 ‘잠재지지자’라고 부른다. 리드 제너레이션은 활동에 참여할 시민을 발굴하고, 활동으로 관계를 형성하고 소통하며, 최종적으로 후원회원으로 전환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이런 이유에서 ‘잠재지지자 발굴・관계・소통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사례에서 보듯 ‘리드’는 단체가 직접 1:1로 소통하며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구체적 대상이라는 점에서 익명의 관심자나 군중과 구별되는 개념이다. 리드들이 단체의 활동에 관심을 표현하고 단체와 연결되는 방식은 보통 아래와 같다.
그럼 여기서 질문.
참여연대가 했던 것처럼 페이스북에 게시글를 띄우고, 온라인 캠페인을 전개하면 우리 단체도 상당한 수준의 후원회원을 모집할 수 있을까? 만약 그 단체가 참여연대보다 역사도 짧고 규모도 작은 단체일 지라도, 리드 제너레이션 방식을 활용할 수 있을까?
지난 2일, 이 같은 궁금증을 안고 참여연대 이계정 시민소통국장을 만났다. 이계정 국장은 참여연대가 리드 제너레이션을 도입한 배경부터 구체적인 운영 과정, 그리고 그 성과는 물론 소규모 단체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지대해 아주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문제의식과 새로운 발견: “우리가 놓친 시민들을 다시 모아보자”
사실 영리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리드'는 너무 익숙한 개념이다.
아니, 심지어는 비영리에서도 마찬가지다. 국제구호단체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거리 캠페인(F2F)이나 미디어 광고(DRTV) 등과 함께 잠재후원자를 발굴하는 리드 제너레이션 방식을 핵심 모금 방식으로 활용해왔다.
그에 반해 국내의 대표적인 권력감시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이 방식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인 2019년이다.
"참여연대가 같은 비영리 생태계에 있는 국제구호단체들보다 리드 개념 도입이 늦었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느냐"고 묻자, 이계정 국장은 "활동가 중심의 의제 발굴과 직접 행동을 강조해 온 애드보커시(advocacy) 단체의 문화를 가진 참여연대와 그 구성원들에게, '리드'나 '마케팅'과 같은 용어는 낯설거나 아직은 거부감이 드는 개념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난 것은 2020년부터였다. 연간 1,200명 수준을 유지하던 신규 회원 가입이 800명대로 곤두박질쳤던 것이다. 보수 정권 이후 시민 운동에 대한 주요 언론의 관심과 지면이 줄어들면서 참여연대 활동이 기사화되는 기회 자체가 크게 감소하고,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며 오프라인 접점이 많이 감소했다.
기존의 회원확대 방식으로는 더 이상 단체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절박한 위기감 속에서, 이계정 국장은 '리드 제너레이션’을 구성원들에게 소개하며 새로운 회원가입 돌파구를 제안했다.
이계정 국장은 “리드 제너레이션 방식은 단순히 회원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활동에 관심있고 지지하는 시민을 넓히는 과정’으로 해석하며 구성원들의 설득에 나섰다”고 말했다. 리드를 ‘잠재후원자’ 대신 ‘잠재지지자’라는 표현으로 제안한 것도 이러한 맥락과 맞닿아있다. “모금은 목적이 아니라, 활동에 공감하는 지지자 그룹을 넓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힘을 키우는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거창한 개념이나 과제를 내세우기보다, 활동 과정에서 무심코 놓쳐버린 시민들이 있다는 점을 환기시키며 자연스럽게 ‘리드 제너레이션 ’ 활동을 받아들이게 했다. 예컨대 서명을 1만 명 받아 국회에 제출하고도, 이후 서명에 참여한 시민과 관계를 이어가지 못해 일회성 동원에 그쳤던 사례들이다. 이런 경험을 되새기며 내부의 공감대를 넓혀나가는 식이다.
이 국장은 “기존의 모금이나 회원가입은 필요한 시점마다 벌이는 ‘채집’과 같았다. 단기 성과는 있지만 새로운 지지자 그룹을 넓히지 못해 성장이 정체됐다”며, 기존 모금과 회원가입 방식의 한계를 짚어나가기 시작했다. 이와 달리, 리드 제너레이션 방식은 지속가능한 ‘농사’로의 전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관심을 보인 시민(씨앗)의 연락처를 확보하고, 꾸준히 소통하며 관계를 키워 실제 후원자(열매)로 만드는 장기적 접근이라는 점을 차분히 설명한 것이다.
이 과정을 거치며 내부에서는 리드 제너레이션을 단순한 모금 수단이 아니라, 지지 기반을 넓히고 시민들의 관심을 조직된 힘으로 전환하는 출발점으로 바라보게 됐다.
'농사' 실전 가이드: 리드를 '우리 편'으로 만드는 방법
[사진2] 리드 제너레이션 프로세스. ⓒ 참여연대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는 구체적인 과정을 설명해달라는 요청에 이계정 국장은 ▲방치된 리드 파악, ▲리드 명부 만들기, ▲새로운 연락처 발굴하기, ▲리드 육성, ▲후원요청, ▲ 후원자를 동료로 만들기 등 6단계 과정을 제시했다.
방치된 리드 파악하기(1단계)
: 우리 주변에 흩어져 있는 '씨앗'을 찾듯 단체 행사에 참여했던 방명록 속 이름, 활동가들이 주고받은 명함, 그리고 특히 중요한 일시후원자 명단을 다시 들여다보는 과정이다. 이 국장은 "인위적으로 유입된 이들이 아닌, 사업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은 이들이야말로 가장 충성도 높은 '양질의 리드'"라며, 이들을 먼저 정리하고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리드 명부 만들기(2단계):
이렇게 모인 씨앗들을 CRM(정보관리시스템)과 같은 도구를 활용해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리드 명부(밭)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리드 명부를 관리하는 방식은 단체마다 차이가 있는데 참여연대의 경우, 유입경로를 기준으로 ▲언론보도 ▲아카데미 강좌신청, ▲권유(추천) ▲인터넷 ▲책을 읽고 ▲자원봉사활동 및 공익활동가 학교 ▲서명 및 이벤트 ▲전화캠페인 ▲SNS ▲교육강연 ▲정기간행물 구독 ▲팟캐스트 ▲기타 등 13개로 구분해 기록한다.
새로운 연락처 발굴하기(3단계) :
서명 캠페인이나 전문 자료 제공 등 매력적인 콘텐츠('리드 마그넷')를 통해 의도적으로 새로운 연락처를 발굴하며 밭을 넓혀나가는 과정이다.
이때 유입 경로와 정세 분석을 연계시켜 어떤 채널에 자원을 집중해야 할지 전략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가령 참여연대의 경우, 이계정 국장은 과거에 비해 '언론 보도' 경로를 통한 회원 가입률이 급격히 낮아지는 것을 데이터를 통해 확인하고, 이 분석을 바탕으로, 참여연대는 언론 보도에만 의존하지 않고 '서명 및 이벤트', ‘SNS', '팟캐스트'와 같은 새로운 경로를 개척하고 강화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하기도 했다. 해당 이슈가 시민들의 관심이 극대화되는 시점을 노려 활동 홍보나 메시지 발송 시기를 조절하기도 했다.
랜딩페이지 역시 '새로운 연락처 발굴'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도구로 꼽힌다. 랜딩페이지란 페이스북 광고나 이메일 링크를 클릭했을 때 사용자가 처음 도착하는 페이지로, 서명이나 후원 등 특정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용 페이지를 말한다. 효과적인 랜딩페이지는 리드의 참여(전환율)를 극대화하는데, 이계정 국장은 “▲ 방문자가 5초 안에 이탈하지 않도록 문제의식을 자극하는 강력한 메인 카피를 활용하고, ▲ ‘지금 서명하기’처럼 명확한 행동 유도(CTA)를 배치하며, ▲ 마감 시한이나 수량 제한으로 긴급성을 부여해야 한다. 또한 ▲ 서명과 후원금의 사용처를 투명하게 밝혀 신뢰를 확보하고, ▲ 광고와 랜딩페이지의 디자인·메시지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밭이 확장되면 관계 맺기 단계로 넘어간다. 웰컴 메시지와 뉴스레터로 꾸준히 소통하며 신뢰를 키우고(4단계), 관계가 성숙하면 전화나 이메일·카톡·문자를 통해 정기 후원을 요청한다(5단계). 마지막으로 단순한 후원에 그치지 않고 자원봉사나 자문 등 더 깊은 활동에 참여하도록 이끌어 단체의 든든한 옹호자로 만드는 것(6단계)이 과정의 완성이다.
구체적인 성과 : 모금 실적을 넘어 조직의 변화를 가져오다
‘농사’를 짓 듯 리드를 꾸준히 발굴하고 관계를 맺어온 참여연대의 노력은 다양한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선 리드 그룹이 크게 성장했다. 참여연대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우리 편’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덕분에 참여연대는 전화 모금 캠페인에서 업계 평균(2~5%)을 웃도는 7%대의 전환율과 80%대의 통화 성공률(2024년 기준)을 기록했다.
이런 성과는 특정 이슈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다양한 캠페인에서 리드를 발굴하고, 이들을 꾸준한 지지자로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다양한 의제에서의 성과:
검찰개혁뿐 아니라 공공병원 확충 캠페인, 대통령실 이전 의혹 감사 청구 등 주요 사회 현안 서명 참여자들도 높은 비율로 후원회원이 됐다.
교육 및 참여 프로그램 활성화:
사회운동이 아닌 ‘아카데미느티나무’ 수강생이나 ‘청년참여연대’ 활동 참여자들처럼 교육·참여 과정에서 만난 그룹에서도 기대 이상의 후원 전환율을 기록했다.
어려운 주제의 돌파:
‘집회와 시위의 자유’처럼 회원 가입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여겼던 주제에서도 평균 10%가 넘는 전환율을 기록했다.
정기후원・일시후원 등 후원・모금 실적 반등을 넘어, 후원・모금 전략을 바라보는 조직의 인식에도 변화가 느껴졌다. 이계정 국장은 "가장 큰 변화는 활동가들이 시민들과 직접 연결되는 경험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에게 전화를 거는 일을 부담스러워하던 활동가들은, 통화를 통해 시민들의 응원을 직접 듣고 큰 성취감을 얻었다. 활동가들에게 ‘내가 하는 일이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구체적 증거가 되기도 했다.
[사진3] 2022년 11월 18일. 전화캠페인으로 신규 회원 가입 100명 달성을 기념하며. 맨 오른쪽이 이계정 참여연대 시민소통국장. ⓒ 참여연대
마무리: 소규모 단체도 따라할 수 있을까?
많은 소규모 단체 활동가들은 이러한 성공 사례를 보며 “참여연대니까 가능했던 것 아니냐”고 되묻는다. 인력도, 예산도, 인지도도 부족한 상황에서 ‘리드 제너레이션’ 방식은 우리 단체와는 너무 먼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계정 국장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는 “참여연대라서 가능했던 게 아니다. 우리도 2021년 처음에 전화로 회원가입을 안내하는 캠페인을 250명의 적은 대상에게 테스트를 시작했다”며, 이 방식의 핵심은 규모가 아니라 ‘시작하려는 의지’와 ‘관점의 전환’에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활동과 연결된 리드가 남긴 흔적은 반드시 있다. 적더라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과거 행사 방명록, 활동가들이 주고받은 명함, 단체의 SNS 구독자, 그리고 특히 중요한 일시후원자 명단 등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일시후원에 대서는 “매우 강력한 후원 행위”라며,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관계를 이어가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그렇게 대상을 발견했다면, 적게라도 시작해 단체 내부와 시민들에게 꾸준히 공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처음부터 완벽한 시스템을 갖출 필요는 없다. 가장 피해야 할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며, 어떤 형태로든 행동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작은 성공 사례가 생기면 이를 토대로 내부 공감대를 형성하고 리더를 설득해 조직 차원의 전략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는 “실무자가 혼자 고민하지 말고, 조직 내부와 꾸준히 소통하고, 필요하다면 ‘비영리홍보네트워크(비영리활동가모임)’ 같은 외부 커뮤니티를 통해 다른 단체와 경험을 공유하고 협력하라”고 당부했다.
[사진4]2020년 7월,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진행된 강한시민시화포럼에서 이계정 참여연대 시민소통국장. ⓒ 이계정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다림이다. 그는 “당장의 성과보다 시민들과 신뢰를 쌓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최소 6개월 이상을 제시했다. 실제로 참여연대는 업계의 관행(1~3개월 내 전환)을 깨고, 리드와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소통한다. 참여 직후 자동 발송되는 감사 메시지, 캠페인 진행 상황을 알리는 후속 소식, 정기적인 뉴스레터(이메일, 카톡, 문자)까지 체계적인 소통 시스템을 통해 관계를 단단히 다져갔다고. 이 국장은 “우리 의제가 어렵다 보니, 단체가 꾸준히 활동하는지 지켜보며 신뢰할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이는 조급함이 아닌 진정한 파트너를 찾기 위한 전략적 인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수단이 목적을 앞서서는 안 된다"면서 "모든 활동의 본질은 기술이나 마케팅이 아니라 시민과의 진정성 있는 관계 맺음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데이터는 그 진심을 증폭시키는 도구일 뿐"이라며 “리드 제너레이션은 시민을 막연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찾아가고 손 내밀며 소통하는 활동의 연장선장에서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