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지 자료실

엣지노트[엣지ON 5강]내가 살고 있는 바로 그곳에서 발견하는 사람과 지역의 가치


내가 살고 있는 바로 그곳에서 발견하는 사람과 지역의 가치

황풍년|전라도닷컴 대표이사·전)광주문화재단 대표이사


비영리 활동가 학교 엣지에서는 일 년에 한 번 변화의 흐름을 인식하고 활동의 방향을 잡기 위한 핵심적인 질문들을 공유하고 대화하는 온라인 통합 과정 엣지ON을 운영합니다. 

엣지ON은 활동가의 통찰력이 우리 사회의 변화의 방향, 폭, 깊이를 결정한다는 믿음으로 운영하는 온라인 정규 과정입니다. 이 과정을 설계하며 설정한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둘째 우리 활동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변화는 무엇인지? 

셋째 사회 변화에 적응하거나 대응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이 변화의 흐름을 인식하고 활동의 방향을 잡기 위한 12강의 질문들을 분야별 전문가 그리고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패널들과 함께 학습하고 대화한 내용을 많은 분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엣지온 두 번째 세션은 ‘활동가의 사유, 통찰’을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이 세션은 활동가와 조직, 조직과 사회를 사유하며 통찰하는 과정입니다. ‘사유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대상을 두루 생각하다’입니다. ‘통찰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물을 꿰뚫어 보다’ 입니다. 활동가, 조직, 사회, 공동체, 지역사회에 관한 사유와 통찰의 시간 기록을 이곳에 공유합니다. 


다섯 번째 엣지온 노트는 전라도닷컴의 황풍년 대표님의 강의 기록입니다. 전라도닷컴을 통해 만난 사람과 이야기들을 들려주신 시간이었기에, 특히 강연자의 입말을 그대로 기록하려 했습니다. 

전라도 닷컴 소개

전라도 닷컴은 전라도 지역의 사람과 문화를 주제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월간지를 발행하고 있는 매체입니다. 

광주에서 2000년 10월부터 인터넷 웹진으로 출발해 2002년 3월 월간 잡지를 창간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라도의 자연 마을 그리고 섬, 갯벌, 논밭에서 땀 흘려 일하는 우리 어르신들의 생생한 입말을 기록하는 것을 가장 주된 임무로 잡지를 만들어 왔습니다. 

http://jeonlado.com/


모든 지역이 다 그 지역 안에 엄청난 다양성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

특히 서울이나, 중앙의 시각으로 보면 모든 지역이 강원도는 그냥 한통속으로 강원도 말이 하나 딱 있고, 전라도도 그냥 한통속으로 전라도 말 하나가 딱 정해져 있다 생각하고 있는거죠. 어떤 문화도 전라도 사람들은 다 홍어만 먹지 않아요.


모든 지역이 다 그 지역 안에 엄청난 다양성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 결국 지역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가치 그리고 우리가 어떤 역사를 통해서 또는 기록을 통해서 또는 소통을 통해서 뭔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이야기 하려는 것이죠.

전라도 닷컴이라는 기록을 통해서 어떻게 소통하고 어떻게 공감하고 나름대로 연대를 통해서 가치를 기록하고 공감하는 것들을 어떻게 지역 안에서 지속하려는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지역을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하기



  • 여러 방향에서 바라보기

    • 우리는 지역을 그동안에 늘 보던 방향으로만 보고 있다. 그리고 그 보던 방향 때문에 늘 지역이 어떤 지역이든 서울과 소통하고 서울하고만 오가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지역은 서울을 향해 가는 순차적인 경로 속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중심에 놓고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 지역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풀기위해서는 지역의 활동가들이 서로 연대, 소통을 통해서 풀지 않으면 안 된다. 서울 중심의 권력과 시스템을 통해서 자기들의 문제를 우리 동네에 와서 풀려고 하기 때문에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음식으로 만나는 지역

    • 모든 지역이 그 지역에서 나는 재료를 가지고 자연에 대한 훼손을 최소화하고, 지혜로운 전통적인 음식을 보유하고 있다. 책 [풍년식탐]은 특히 가난했던 시절에 우리 어머니들이 부족한 식재료를 가지고 어떻게 자연에서 재료를 얻어서 음식을 만들었는가를 5년 동안 찾아다니며 기록하였다.

    • 음식도 마찬가지로 전라도 안에서 통일된 레시피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자연과 부대끼며 그 지역 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음식이 존재한다.

    •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지역마다의 고유성 그리고 다양한 것들을 만끽할 수 있는 문화의 다양성이어야 한다. 

    • 음식도 돈과 매출에 급급하다 보면 그 지역 고유의 음식 맛이 사라지고 전국 어디를 가고 단짠 맛이 되는 것이다.


무엇을, 누구를 어떻게 기록할까?

  • 지역을 기록하기

    • 과거를 비롯해 오늘날의 기록도 서울과 중앙정치, 성공한 사람들 그리고 돈과 권력이 기록이 넘쳐나지만 정직하게 땀 흘려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 당대의 가장 기층을 이루는 사람들의 진실한 기록은 없는 것이 아닌가란 질문에서 출발하였다.

  • 지역의 보통 사람을 기록하기

    • 그래서 전라도닷컴은 시골에 계신 어머니, 아버지와 같이 몸으로 정직하게 일하면서 이 땅을 지켜온 분들을 주인공으로 그분들이 하신 말씀을 왜곡하지 않고 그대로 따옴표 안에 넣는다는 생각으로 기록하고 있다. 

  • 지역의 언어로 기록하기

    • 현장에서 사용하는 생활의 언어를 기록한다.

  • 언어를 통해 삶을 배우기

    “서울의 어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마케팅하는 분들이 할인과 덤을 주는 게 아니라 저런 스토리 속에서 금정 대봉이 먹고 싶은 마음이 확 들잖아요. 그런 것처럼 지역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어르신들의 말씀은 얼마나 아름답고 얼마나 대단한가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또 학교에서 공부하거나 열심히 인문학 강좌를 듣지 않아도 60년 70년 80년 그 험한 세월을 아주 정직하게 자기가 온몸으로 이겨내온 그 사람은 모두 다 스스로 인생과 세상에 대해서 자연적으로 체득한 진리 같은 철학이 있어요.”



순천 송광마을에서@전라도닷컴

"쟁기질을 할 때 자기 코 밑에를 보고 하면 앞에 무슨 바우도마가 나오면 자기도 모르게 피해 가요. 뭔가 장애물이 나오면 자기도 모르게 피해가요. 그렇게 하다 보면, 그렇게 해서 갈면 나중에 뒤를 돌아보면 이랑이 꾸불텅꾸불텅한 거예요.

근데 앞에 목표를 향해서 똑바로 가고, 힘을 줘서 딱 가잖아요. 그러면 이랑이 똑발라지는 거예요. 이것은 농사와 쟁기질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에요.

모든 사람들의 자기가 하는 일, 자기 인생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지죠. 그러니까 우리도 살면서 어떤 일을 하다 난관에 부딪혔을 때 정의로운 길을 택하지 않고 또는 편법을 택한다든가 또는 뭐 누구하고  협잡을 한다든가 또 자기가 하는 일 관련해서 작은 이권을 탐해가지고 뭘 한다든가  그런 식으로 살다 보면 자기 인생이 꾸불텅꾸불텅 살아나가게 되는 것이죠.

그렇게 꾸불꾸불하게 살아오신 분들을 여러분들이 아마 청문회장에서 많이 볼 거예요.”

  • 존엄함에 대하여 
    • 지역을 들여다보면 자기 자신에 대한 존엄함과 모든 인간은 각자 역사의 꽃으로서 지켜가야 할 어떤 소명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 지역은 우리 문화의 근원이고 생명의 시초다. ‘일미칠근(一米七斤)쌀 한 톨에 땀이 일곱 근이다란 말인데 그런 가치를 잊어서는 안 된다.
  • 언어를 통해 보는 전라도의 3대 정신
    • 암시랑토: 어마어마한 공안의 세월, 질곡의 역사를 견뎌 오면서도 나는 괜찮다는 불굴의 의지를 담고 있는 말이다. 우리에게 끊임없이 힘을 준다.
    • 싸목싸목: 순리대로 된다는 의미다. 

    • 항꾸네: 함께 연대한다는 의미다.

      “서울 중심의 파워풀한 미디어만 가지고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해요. 많은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작은 미디어들이 살아나고 그것들을 통해 지역의 가치들을 지켜내고 그래야만 지역적으로 고유성을 지켜내면서 각자의 고유성이 다름을 묶어내서 총체적으로 한국문화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전라도 닷컴을 시작했다.”

지역 간 연대

  • 지역문화잡지연대네트워크 발족(2013)을 통해 서로 힘을 주고 멈추고 싶을 때 지속할 수 있도록 연대했다. 
  • 문화잡지 연대 네트워크에서 한국 지역 출판 연대까지: 지역이 자기 지역의 역사를 책으로 만들어서 대물림하는 것이 지속되어야 한다. 지역의 서사와 소중한 이야기들을 책으로 만드는 일과 책을 생산해서 그 생태계를 복원하지 않고 그 역할을 서울 중심의 시장에 맡겨버리면 중요한 책들이 아니라 팔리는 책들이 남고 지역은 소멸하는 것이다.

  •  한국지역도서전(2017):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때 소멸을 막을 수 있는 어떤 동기부여가 생기고 힘이 생기는 것인데 그것은 결국 지역의 서사를 기록하고 공감하는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2017년 제주를 시작으로 지역을 옮겨가면서 지역의 동료들과 연결해서 개최하고 있다.

  • 전라도 말 자랑대회(2011): 자기 지역의 말을 매우 귀하게 서로 이야기하고 소멸하지 않게 그 말속의 문화를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행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지역 문화에 대한 편견에 맞서기

"서울 중심의 시각으로 지역은 다 촌스럽다. 촌스러운 것은 그렇게 형편없는 것인가? 촌스럽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답고 정직한가?
촌스러운 미덕 속에서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다뤄보고 해결할 수 있는 단서를 가질 수 있다.”


"2000년에 전라도닷컴을 만들 때 제 꿈은 전라도닷컴에만 있지 않았습니다.

경상도 닷컴, 충청도 닷컴, 경기도 닷컴 모든 지역이 자기 지역의 문화, 자기 지역의 언어를 중심으로 놓는 작은 매체들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었다. 제가 힘에 부쳐서 다른 지역에 대해서 결국 시도하다가 전라도 같은 것만 지금 하고 있는데 이렇게 새로운 어떤 방식으로라도 지탱해 보려고 용을 쓰느라고 지금은 유튜버가 되었습니다.”


황풍년의 보라보라 전라도